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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오, 뜨거운 햇살 아래 피어나는 전통의 향기

by 골드만쑥쑥 2025. 5. 27.

단오, 뜨거운 햇살 아래 피어나는 전통의 향기

우리 민족의 오랜 명절 중 하나인 단오(端午). 매년 음력 5월 5일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이 날은 ‘더위의 시작’을 알리는 여름맞이 풍습이자, 풍요와 건강을 기원하는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단오는 잘 알려진 설날이나 추석에 비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명절이기도 하죠. 그렇다면 단오는 어떤 전통을 품고 있었고, 현대에서는 어떻게 계승되고 있을까요?

 

단오, 뜨거운 햇살 아래 피어나는 전통의 향기

🔸 단오의 기원과 의미

단오의 역사는 삼국시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고대에는 농경 사회의 계절제 중 하나로, 벼가 본격적으로 자라는 시기에 들판의 병충해를 막고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 의식이 중심이었습니다. 특히 신라시대에는 수릿날이라 하여, 왕이 신하들과 씨름을 관람하고 백성들에게 음식과 술을 내렸다는 기록이 있죠.

‘단오’라는 말은 ‘첫 번째 오(五)’라는 뜻을 지닌데서 유래합니다. 음력 5월의 첫 번째 말일, 즉 5월 5일에 해당하는 날이기 때문이죠. 이 시기는 양기가 가장 왕성한 시기이기도 하며, 따라서 질병을 물리치고 액운을 막는 풍습이 많았습니다.

 

🔸 전통 속 단오의 다채로운 풍습

단오는 단순한 절기가 아닙니다. 눈과 귀, 손, 입이 모두 즐거운 오감의 명절이었죠.

🌿 1. 창포물에 머리 감기

단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풍습 중 하나는 창포물로 머리를 감는 일입니다. 창포 뿌리를 물에 우려내면 특유의 향이 나는데, 이 물로 머리를 감으면 머릿결이 부드러워지고 나쁜 기운을 쫓는다고 믿었습니다. 특히 여성들은 이날을 맞아 정성스레 머리를 감고 곱게 단장했죠.

🌾 2. 수리취떡과 절식

단오에 빠질 수 없는 음식은 바로 수리취떡입니다. 수리취 잎을 찧어 만든 찰떡 위에 팥고물을 얹은 이 떡은 건강과 장수를 상징했으며, 더운 여름 입맛을 돋우는 별미이기도 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쑥떡이나 쌍화탕도 즐겨 마셨습니다.

💪 3. 씨름과 그네뛰기

단오는 남성들의 씨름 대회, 여성들의 그네뛰기가 펼쳐지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씨름 우승자에게는 ‘황소’가 상품으로 주어지기도 했으며, 이는 마을 축제의 하이라이트였죠. 그네는 높이 뛸수록 복이 온다는 믿음에서 비롯되었습니다.

🧿 4. 액막이 풍습

아이들은 오색 실로 만든 단오장신구를 팔에 차고, 문설주에는 쑥과 창포를 꽂아 액운을 막았습니다. 지방마다 특색 있는 부적과 민속놀이도 다양했죠.

 

🔸 현대의 단오, 전통의 재발견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단오는 예전만큼 널리 기념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전통문화의 가치가 재조명되며 단오 문화 축제들이 활발하게 열리고 있죠.

📍 강릉 단오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강릉 단오제’**입니다. 단오 전후로 약 열흘간 열리는 이 축제는 단오 굿, 관노가면극, 단오 장터 등 전통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대규모 단오 행사입니다. 매년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이 모여들며, 단오는 단순한 절기를 넘어 문화유산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 어린이 체험 행사

지역 도서관, 문화센터 등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단오 전통놀이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합니다. 창포물 머리 감기, 단오 팔찌 만들기, 떡 만들기 등이 그것이죠. 이는 다음 세대에 전통을 자연스럽게 물려주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 잊히는 명절에서 다시 살아나는 문화로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단오를 ‘그냥 여름이 시작되는 날’쯤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단오는 조상들의 지혜와 삶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명절입니다. 무더위를 앞두고 마음과 몸을 정비하며, 공동체가 어우러졌던 날.

전통은 결코 오래된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삶의 방식입니다.
올해 단오에는 창문에 쑥 한 다발 걸어보고, 오색실 팔찌 하나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예로부터 내려온 작은 습관 속에, 우리의 뿌리와 연결되는 따뜻한 경험이 숨어있을지도 모릅니다.